혼돈의 주식시장, 그리고 ‘나는 안다’는 착각
요즘처럼 뉴욕 증시가 하루가 멀다 하고 출렁일 때면, 뉴스에는 이런 단어들이 넘쳐납니다.
‘반등 신호’, ‘침체 공포’, ‘기회는 지금’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 “공포에 사라고 했으니 지금 사야하나?”를 반복하며 롤러코스터 같은 시장을 원망합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시장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다고 믿는지에 있을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오늘의 키워드,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가 등장합니다. 이 심리학적 개념은 단순하면서도 섬뜩한 통찰을 던져줍니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 한다.“는 이 현상은, 주식시장에서 특히 자주 목격됩니다.
더닝크루거 효과란?
더닝크루거 효과는 1999년 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과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모른다는 것입니다.
더닝과 크루거는 실험을 통해, 가장 성적이 낮은 참가자들이 오히려 자신이 평균 이상이라고 평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반면에, 실제로 높은 능력을 지닌 사람들은 자신의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결국 다수의 사람들이 나는 중상위권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무지한 사람은 스스로가 무지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조차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출처: 나무위키, 더닝크루거 효과를 설명할 때 많이 사용하는 그래프지만, 논문에는 실제로 이런 그래프는 없습니다.>
주식시장과 더닝크루거 효과: “이제는 알 것 같다”는 착각
이제 이 심리 현상을 주식시장에 적용해 봅시다. 특히 요즘처럼 상호관세 이슈, 금리, 인플레이션 공포 등으로 시장이 불안정할 때, 더닝크루거 효과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신규 투자자일수록, 몇 번의 우연한 수익 경험을 통해 자신이 ‘감’을 잡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미국시장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신 분 들이라면, 그리고 2023년의 하락장을 버틴 분 들이라면 더더욱 인터넷에서 본 유튜브 영상, SNS에서 본 차트 몇 개, 블로그 글 몇 편으로 스스로를 ‘시장 분석가’로 착각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시장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무지를 자각한 사람만이 살아남습니다.
“내가 뭘 모르는지 알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시장과의 대화가 시작된다.”
데이터가 말하는 착각의 비용
미국의 유명한 금융 분석 기업 Dalbar가 매년 발표하는 투자자 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S&P 500의 평균 수익률보다 항상 낮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이런 현상은 아주 자주 관찰되는 현상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잘못된 타이밍에 매수하고, 공포에 질려 매도하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판단 오류의 배경에는 지나친 자신감, 즉 더닝크루거 효과가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는 바닥이겠지”, “이 종목은 곧 반등할 거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어” — 익숙한 생각이시죠? 저도 매일 같이하는 생각입니다.
시장을 대하는 세 가지 자세
그렇다면 우리는 이 혼란의 시장에서 어떻게 마음을 지키고, 더닝크루거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요? 다음은 세 가지 핵심 자세입니다.
1. 겸손한 무지의 인정
시장 앞에서는 겸손해야 합니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차트를 분석하더라도, 시장의 전부를 안다고 착각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합니다. 저도 주식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불안을 극복하고자 관련 서적을 많이 읽는 편인데요, 오히려 이런 시장의 불안을 극복하고자 공부를 하는 것이 더욱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판단에 의심을 품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전문가의 의견을 맹신하지도, 자신의 직감을 과신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나는 아직 모른다”는 말은 무능의 선언이 아니라, 메타 인지이자 학습의 출발점입니다.
2. 긴 호흡의 투자 철학 수립
단기 수익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을 유지해야 합니다. 저와 같이 흔한 야구팬은 일희일비가 생활화되어 있어서 이런 관점이 더욱 힘듭니다. 시장은 늘 오르고 내립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움직임 속에서 나의 철학을 지켜내는 것입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문제들이 해결이 되고, 시장은 꾸준히 우상향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조급한 마음을 다스리고, 꾸준히 학습하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3. 정보 과잉 속 ‘디지털 절제’
하루에도 수십 개의 경제 뉴스, 주식 추천 영상, 시장 전망 보고서가 쏟아집니다. 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디지털 절제가 필요합니다.
정보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선택 편향의 오류에 빠져, 내가 보고 싶은 정보들만 취할 수 있으니, 오히려 일정 시간은 시장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이 최고의 투자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마음의 평온을 위한 루틴
불안정한 시장에서 감정을 다스리는 것도 투자 전략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아래는 시장이 요동칠 때 제가 주로 하는 방법입니다.
- 운동 하기: 머리가 복잡할 때는 몸을 괴롭히는 것이 최고의 방법입니다.
- 주식 매매 메모: 자신이 어떤 근거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를 기록하면서 감정의 흐름을 객관화도 가능하며, 향 후에 참고할 수도 있습니다.
- ‘손실도 학습’이라는 태도 갖기: 투자에서 손실은 실패가 아니라, 수업료입니다. 자기 위로의 방법일 수도 있지만, 결국 다시 시간을 돌린다고 해도 선택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저의 달리기 기록 그래프와 S&P500의 그래프가 정확히 반대입니다>
더 알수록 겸손해지는 법
더닝크루거 효과는 타인을 조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항상 겸손한 자세와 꾸준한 학습을 종용하는 효과입니다. 특히나 주식시장이라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세계에서는, 이 겸손이야 말로 생존의 기술이 됩니다.
혼란의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욱 신중해야 하며, 더욱 배우려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감정을 관리하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투자 전략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시장은 늘 출렁이지만 마음까지 출렁일 필요는 없습니다!
Go for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