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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 자유로부터의 도피?

  • Gofore@t 

노동절, 노동 없는 날?

5월 1일. 이 날을 우리는 ‘노동절’이라 부릅니다.

예전에는 “근로자의 날”이라고 불렀으며, 관공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직장은 휴일로 휴무를 하고 있습니다.

노동의 숭고함을 기리기 위한 기념일이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고 쉬는 날이라니…

무언가 조금 아이러니 하지 않습니까?

우리에게 노동, 일이란 과연 무엇이길래 이런 아이러니가 존재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있으며, 정말 자유롭게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 질문은 단순히 직업 윤리나 근무 환경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이는 인간으로서의 삶, 존재의 방식에 대한 질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통해서, 그 의미를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왜 일하는가?

현대 사회에서 노동은 생존의 수단을 넘어, 정체성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은 단지 직업을 묻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존재 방식, 사회적 지위, 가치 체계까지 묻는 것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책에서는 경고합니다.

인간은 자유로워졌지만, 그 자유가 오히려 고립과 불안을 낳았다고 말이죠.

그는 근대 이후 인간이 ‘자유’라는 선물을 받고 나서,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다시 도피하게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그 도피 방식 중 하나가 바로 “순응(conformity)”입니다.

직장 안에서의 순응: 자유인가 복종인가

에리히 프롬은 말합니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오히려 외부의 기대에 철저히 복종하고 있다”고.

노동절은 노동자의 권리를 되새기는 날이지만, 오늘날 많은 직장인들은 ‘자발적 복종’ 속에 살아갑니다.

자율적인 워라밸을 추구한다지만, 우리는 ‘성과’, ‘평가’, ‘인정’이라는 이름 아래 스스로를 감시하고, 순응하며 살아갑니다.

이는 프롬이 말하는 ‘자유로부터의 도피’ 그 자체입니다.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의 신화

또, 우리는 자주 ‘경제적 가치’를 통해 노동을 평가합니다.

연봉, 인센티브, KPI, 성과급 등으로 측정되는 노동은, 마치 인간의 존재까지 숫자로 환원시키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프롬은 이러한 사회를 “기계화된 사회”라 부릅니다.

인간은 기능으로 평가되고, 노동은 존재의 표현이 아닌 생존의 기술이 됩니다.

인간은 스스로를 ‘상품’처럼 포장하고 팔며, 자신의 시장가치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조정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포장된 인간은 정작 자기 자신과 멀어지게 됩니다. 프롬은 이를 “자기소외(self-alienation)”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일하며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에 의해 자신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한번쯤 의심을 해봐야하는 부분입니다.

노동의 본래적 의미: 존재의 표현

노동은 인간에게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그렇게 보기엔 일생에서, 그리고 하루에서 노동과 연결된 시간과 생각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결국 확대해보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프롬은 건강한 자유란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자기표현”을 통해 실현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런 자유는 단절이 아닌 연결을 통해 완성됩니다.

노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계처럼 반복하는 업무가 아니라, 자기의 생각과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창의적 활동일 때, 그것은 자유롭고 인간적인 노동이 됩니다.

노동절, 단지 쉬는 날이 아니다

노동절은 단지 ‘일하지 않는 날’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이 날에 진지하게 질문해야 합니다.

  • 나는 왜 일하고 있는가?
  • 내 노동은 나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가?
  • 나는 일 속에서 자유로운가, 아니면 종속되고 있는가?

책에서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자유는 우리가 얻어야 할 목표가 아니라, 매 순간 실천해야 할 과제다.” 노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간다운 노동은 제도나 시스템이 보장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각자가 일상 속에서, 내 일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하고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자유로부터의 귀환

노동절, 노동에서 자유로워 지는 날에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생각해본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노동은 단지 ‘임금과 시간을 교환하는 계약’이 아니라,

자유와 주체성, 그리고 인간다움에 대한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생각해보면 큰 무리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는 도피의 대상이 아니라, 책임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우리가 ‘어떻게 일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결국 우리는 아래의 질문에 대해서 스스로 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나는 정말, 나 답게, 그리고 자유롭게 일 하고 있는가?”

Go for it!

덧붙임)

본래 책에는 인간 존재에 대한 고찰, 종교 개혁에 의한 자유, 권위주의와 나치즘, 사디즘, 마조히즘, 민주주의까지 굉장히 폭넓은 부분의 개인과 소속에 대한 자유와 전체주의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지만, 그 중에 노동과 관련된 부분을 발췌하여 노동절과 엮어서 글을 써보았습니다. 책의 내용을 왜곡하여 이해시켜 드릴 의도는 없음을 밝혀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포스트는 너무 진지해 진 것도 더불어 사과말씀드립니다.

참고문헌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휴머니스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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