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잔의 힘
집에 있을 때는 저는 보이차를 자주 마십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저는 보이차를 한 잔하고 있습니다. 특히 생차를 매우 좋아하는데요, 아침에 5g 정도를 차 망에 넣어서 저녁까지 4-5회는 우려서 먹고는 합니다. 요새는 종종 레몬수도 마시고는 합니다.
하지만, 밖에 나가서 업무를 볼 때는 무조건 아이스 아메리카노입니다. 한 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호합니다. 집에서는 삼복 더위에도 따뜻한 보이차를 선호하지만 밖에만 나가면 차가운 음료를 마시고 싶어 지는 걸 보면, 밖에선 열이 많이 받나 봅니다.
하루 종일 차와 커피를 마시는 양을 생각해보면 꽤나 많은 양이 되는 것 같습니다. 텀블러도 자주 이용하는데, 500ml 텀블러에 보통은 2회 이상은 리필을 하니까요.
그런데, 과연 제가 건강하게 수분 섭취를 하고 있는 걸까요?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말, 우리는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물보다도 싱겁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 ‘많이’의 기준이 무엇이며, 어떤 ‘물’을 마시는가 하는 점일 것 같습니다.
왜 2L 이상일까?
세계보건기구(WHO)나 유럽식품안전청(EFSA)에서는 성인의 하루 권장 수분 섭취량을 약 2,000~2,500ml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목마를 때만 물을 드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미 갈증을 느꼈다는 것은 체내 수분이 어느 정도 결핍 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특히 뇌와 피부는 수분의 영향을 빠르게 받습니다. 탈수 상태에선 집중력이 떨어지고, 피로감이 증가하며, 변비나 두통까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즉,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은 뇌를 위한 일종의 명상이고, 장(腸)을 위한 윤활유의 보급이며, 피부를 위한 스킨 케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이나 차나 다 똑같은 거 아닐까?
물을 마신다고 다 같은 효과가 있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하루 동안 섭취하는 수분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순수한 물(Pure Water)
생수, 정수기 물, 끓인 물 등 첨가물이 없는 물. 가장 기본이자 이상적인 수분 섭취 방법입니다.
칼로리가 없고 신체 흡수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심하게 갈증을 느끼지 않는 경우 200ml 이상의 한 컵을 마시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2. 음료로서의 물(Beverage Water)
커피, 차, 주스 등. 여기엔 수분이 있지만, 이뇨 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카페인이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이들 아시는 바와 같이, 커피는 마시면 마실수록 수분을 더 많이 배출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보리차와 루이보스티는 이뇨 작용이 적어서 순수한 물을 드시기 힘든 경우에는 권장되는 차입니다.
3. 식품 속 자유수(Food Water)
수분 함량이 높은 채소, 과일, 국물 요리 등을 통해 섭취되는 물입니다. 예를 들어 수박은 90% 이상이 수분이고, 된장국이나 국밥에도 들어 있는 물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식품 속 수분은 다른 영양소와 함께 섭취되므로 체내 흡수 속도가 느리고, 물 자체의 기능에만 집중되기는 어렵습니다. 물만 먹어서는 살이 안 찌지만, 이렇게 드시면 살 찝니다.
결론적으로, 몸이 가장 환영하는 수분은 ‘순수한 물’입니다. 나머지는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레몬수, 신경 쓴 물이랍니다!
카페나 레스토랑에 가서 물을 시키면 레몬이나 민트가 살포시 들어있는 물을 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단순히 인스타를 위한 비주얼 때문일까요?
레몬수 기원은 스파와 고급 호텔
민트가 들어있는 허브 워터나 레몬이 들어있는 디톡스 워터의 기원은 유럽의 스파 문화나 고급 호텔의 웰컴 드링크입니다.
‘몸을 정화한다’는 개념과 함께 시각적인 힐링 요소까지 갖춘 물은 장소의 고급스러움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고, 이는 점차 대중적인 공간으로 퍼져 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레몬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고, 허브는 향균 작용 및 소화를 돕는 기능이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플러스 알파의 목적입니다.
진짜 목적은 ‘신경 썼다’는 작은 제스처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리적 만족감과 배려도 들어있는 레몬수
허브나 레몬 조각이 들어간 물은 ‘평범한 것’을 ‘의도된 것’으로 바꾸는 효과가 있습니다.
사람은 작은 디테일에서 ‘케어 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이런 물 한 잔은 단순한 서비스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손님인 나를 위해서 케어해 주는 것일 수도 있지만, 본인 스스로가 본인에게 주는 케어일 때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국내를 휩쓸고 있는 레몬수 열풍을 이해하기 쉽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는 단순히 레몬에 들어있는 비타민 C와 플라보노이드의 기능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많이 들은 “충분한 수분 섭취”를 위해서, 단순히 수원지가 제주도냐 백두산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순수한 물에 나를 위한 “정성”과 “케어” 한 포를 레몬즙으로 슬쩍 담는 것이, 진정 나를 위한 물을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요?
정성과 케어의 레몬수 한 잔 어떠세요?
하루 2L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것은 건강한 삶의 원칙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커피 두 잔과 국물 한 그릇이라면, 우리의 몸은 아직도 ‘진짜 물’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다음 번에 목이 마를 때는 고생하는 내 몸을 위해서 정성과 케어 한 포를 레몬즙 하나로 슬쩍 담아주는 것은 어떨까요?
“물 한 잔에도 마음을 담는다면, 몸도 마음도 조금은 덜 목마를 테니까요.”
Go for eat!
참고문헌
이형주 외 8인, 식품화학, 수학사,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