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효모 : 탈모와 엮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것 중에 하나가 머리숱일 것입니다.
저는 다행히, 유전자의 도움으로 비교적 풍성한 머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주변의 친구들은 20-30대부터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요새는 직접적인 모발이식 시술들이 가격이 많이 저렴해져서 의학의 도움을 받으시는 분들이 많지만, 저처럼 병원을 무서워하는 분들이라면 그전에 관리하고 싶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머리카락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져서 나오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빠지고 나는 것이 반복되는 것이니, 식품을 통해서 촉진이나 보호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일 것 입니다.
머리에 좋은 음식! 검은콩 같은 블랙 푸드를 먹어서 머리가 검게 될 꺼라는 무속 신앙 같은 심볼리즘(Symbolism)말고 어떤 식품이 대표적으로 떠오르세요?
맥주 효모 (beer yeast)라는 단어를 들으면 많은 분들이 자연스럽게 ‘탈모 예방’을 떠올리실 겁니다. 심지어는 “탈모에는 맥주효모가 최고다”라는 말까지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그런데, 잠시만요. 정말 과학적으로 이 둘 사이에 관계가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맥주효모가 탈모를 예방하거나 치료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우리는 맥주효모를 탈모와 연결지어 생각하게 되었을까요?
이는 주로 ‘마케팅’의 힘과, 일부 제한적인 영양 성분 정보가 과대 해석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맥주효모란 무엇인가?
맥주효모는 맥주를 발효시키는 데 사용되는 미생물, 주로 Saccharomyces cerevisiae 종을 말합니다. 발효가 끝난 뒤 남은 효모를 건조시켜 만든 것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맥주효모 제품’입니다. 이 제품은 풍부한 비타민 B군, 단백질, 아미노산,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영양학적으로 보면 맥주효모는 꽤 훌륭한 식품입니다. 특히 비타민 B군은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에 필수적이며,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은 다양한 생리 기능을 지원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영양성분이 풍부하다고 해서 곧바로 특정 질환(예: 탈모)에 대한 치료 효과가 입증되는 것은 아닙니다.
맥주효모 : 왜 ‘탈모예방’이라는 인식이 퍼졌을까?
맥주효모와 비타민 B군
비타민 B군은 모발 건강에 필수적인 영양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오틴(비타민 B7)은 모발 성장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맥주효모에는 비타민 B군이 풍부하므로, 이를 섭취하면 모발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맥주 효모에 비오틴이 그렇게 많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식품 성분 데이터베이스인 미국 농무부(USDA, 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의 자료에 따르면, 건조 맥주효모(dried brewer’s yeast) 100g당 비오틴 함량은 대략 20~60마이크로그램(μg) 수준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는 성인 하루 비오틴 권장 섭취량(한국 영양소 기준치로 30μg)를 섭취하기 위해서는 50g의 맥주효모를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차라리 비오틴 영양제를 섭취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입니다.
아미노산과 단백질 마케팅
또 다른 요인은 ‘아미노산’입니다. 모발은 케라틴이라는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집니다.
이 단순한 논리 때문에, “아미노산이 풍부한 맥주효모를 먹으면 머리카락이 잘 자란다”는 식의 마케팅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단백질 섭취가 충분한 현대인의 식생활을 고려하면, 추가적으로 맥주효모를 섭취한다고 해서 특별히 탈모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과학적 근거는 어디에?
현대 의학 및 생리학적 연구를 살펴보면, 맥주효모가 탈모 예방이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직접적인 연구는 없습니다.
PubMed, ScienceDirect 등 주요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도 맥주효모와 탈모 관련 효능을 입증한 임상시험이나 리뷰 논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간혹 맥주효모를 포함한 복합성분 제품에 대한 연구가 있지만, 이 경우에도 맥주효모 단독의 효과를 입증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맥주효모 : 건강에 대한 실제 연구들
그렇다고 맥주효모가 아무 쓸모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맥주 효모와 건강 관련해서는 당뇨병, 혈압,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대한 연관성에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당뇨병과 맥주효모1
실험방법: 무작위 이중맹검 대조군 임상시험
대상: 제2형 당뇨병 환자 84명(남성 21명, 여성 63명, 평균연령 46.3±6.1세)
결과: 맥주효모 보충제(1800mg/일, 12주간)가 공복혈당, 당화혈색소, 인슐린 민감도에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보임
혈압과 맥주효모1
실험방법: 무작위 이중맹검 임상시험
대상: 제2형 당뇨병 환자 84명(남성 21명, 여성 63명, 평균연령 46.3±6.1세)
결과: 12주 맥주효모 보충 후,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이 유의미하게 감소(수축기 4.1±1.5 mmHg, p=0.007; 이완기 5.7±0.6 mmHg, p=0.001)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맥주효모2
실험방법: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 연구
대상: 변비형 과민성 대장증후군(IBS-C) 환자 45명
결과: 20일간 치료 후 맥주효모 그룹에서 복통, 복부 팽만감, 변비 증상의 유의미한 감소 관찰
그러나 이들 연구는 대규모 임상시험이 아니며, 탈모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습니다.
마케팅의 힘, 그리고 우리의 선택
맥주효모와 탈모를 엮는 마케팅은 사람들의 두려움과 희망을 교묘히 자극합니다.
탈모는 많은 이들에게 민감한 문제이고, “이것만 먹으면 나아진다”는 메시지는 강력한 설득력을 가집니다.
비오틴이며 아미노산이며 그럴 듯한 영양학적인 근거를 대지만, 실제로 이와 관련된 과학적인 근거는 전무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소비자로서 냉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은 일시적으로 마음을 위로할 수는 있지만, 진짜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합니다.
실제로는, 유전, 호르몬 변화(특히 DHT), 스트레스, 약물 부작용, 영양결핍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탈모를 유발합니다.
탈모가 걱정된다면, 과학적 근거가 입증된 방법을 찾거나 심한 경우 전문의와 상담을 하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맥주효모 제품을 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그것이 곧 탈모 예방이나 치료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시간을 내서 정말 탈모에 도움이 될 만한 식품들을 좀 찾아 봐야겠습니다!
마무리하며
맥주효모는 영양학적으로는 훌륭한 식품이지만, 그러나 탈모 예방이나 치료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소비자로서 우리는 광고의 달콤한 언어에 현혹되기보다는, 냉정한 사실을 바탕으로 건강하고 효율적인 선택을 해야 합니다.
우리 머릿속 마케팅의 마법부터 벗겨내는 것이, 소중한 머리카락과 월급을 지키는 지름길이 아닐까요?
Go for eat!
참고문헌
- Payam Hosseinzadeh. et al., Brewer’s Yeast Improves Glycemic Indices in Type 2 Diabetes Mellitus, Int J Prev Med., 2013 Oct;4(10):1131–1138.
- ZAINAB G AL-JASSIM., USING BREWER’S YEAST AND GINGER IN THE MANAGEMENT OF CONSTIPATION-PREDOMINANT IRRITABLE BOWEL SYNDROME: A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TRIAL., Asian Journal of Pharmaceutical and Clinical Research, vol. 12, no. 3, Mar. 2019, pp. 372-6.